[사설]이재용 회장 시대…삼성 신화 시즌3가 시작됐다

입력 2022-10-27 17:54   수정 2022-10-28 06:4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제 회장직에 올랐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장이 명실공히 삼성 사령탑을 맡은 것은 만시지탄이다. 착실한 경영 수업, 인재와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 탁월한 글로벌 감각 등 거대 기업 경영자로서 모든 자질을 갖추고서도 본의 아니게 경영권 논란에 휩싸여 먼 길을 돌아왔다. 이 회장은 이사회에서 승진 안건을 의결한 뒤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공판에 출석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로 발표된 날이기도 했다. 앞으로 그가 헤쳐나갈 앞날이 여전히 만만찮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부친인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계열사 사장단과 한 오찬간담회 발언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취임사를 갈음했다. 그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인재와 기술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한국 대표기업 총수의 진정성 어린 각오와 다짐이 흔들림 없이 구현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 성과가 투자와 고용 확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면 한국 제조업의 글로벌 진격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만들어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분간 이 회장과 삼성 앞에 놓인 가시밭길은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반도체 업황이 빙하기로 접어든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 추격은커녕 대만 TSMC에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마저 내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으로 미·중 기술패권 다툼이 격화할 조짐이어서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휴대폰 분야에선 아이폰을 넘어서는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삼성이 폴더블폰을 내놨지만, ‘애플산성’은 높고 견고하다. 3분기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320만 대 줄어든 반면 애플은 440만 대 늘었다. 이 회장이 스스로 밝힌 대로 삼성은 지난 몇 년간 앞으로 나아가지도,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도 못한 채 기존 시장에서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무엇보다 반도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지평을 선보여야 한다. 10년, 20년 앞을 내다본 미래 비즈니스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경쟁사들은 이미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애플은 애플 글라스와 애플카를 통해 AR·VR, 메타버스, 자율주행차로 플랫폼을 확장했다. 아마존과 테슬라는 비즈니스 영역을 미지의 세계인 우주로 넓히는 담대한 기업가정신을 보여줬다. 삼성이 이들과 경쟁하려면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형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리더십 공백기에 스며든 ‘현상 유지’ ‘복지부동’ 습관을 몰아내는 것은 물론 비대해지고 관료화한 조직도 뜯어고쳐야 한다. 사업지원TF로 대표되는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도 손봐야 한다. 능력·성과보다 직급·나이를 따져 임원을 퇴직시키는 계급정년제도 문제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비롯해 마하경영·디자인경영·메기론 등을 통해 끊임없이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으면서 삼성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이 회장이 ‘현재의 삼성’을 뛰어넘는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을 보여주길 바란다. 바야흐로 ‘삼성 신화’ 시즌3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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